지난 3월 25일, 'AI 글로벌 콘퍼런스'에서는
'컴퓨팅 인프라와 AI 모델, 혁신의 주도권을 잡아라'는 주제로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이 모여 열띤 논의를 이어갔다.
이번 콘퍼런스에서 주목받는 주제들은 대부분 인공지능(AI) 인프라의 확장,
더 강력한 컴퓨팅 파워 확보, 차세대 AI 칩 개발 등 '규모의 확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정부는 2030년까지 국가 AI 컴퓨팅센터에서
국내 AI 칩의 점유율을 50%로 높이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설정했다.
이는 디지털 주권 확보와 기술 자립을 위한 중요한 발걸음이지만,
인프라의 물리적 확장만큼이나 '효율성'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다.
AI 인프라가 많든 적든, 그 효율성은 국가 경쟁력의 핵심 요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AI 인프라를 확장하는 것은 마치 고속도로를 넓히는 것과 같다.
단기적으로는 교통 체증을 해소할 수 있지만,
곧 더 많은 차량이 몰려들어 다시 혼잡해진다.
최근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AI 기술 활용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높지만 실제 활용률은 약 30% 수준에 머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가의 GPU 클러스터를 포함한 AI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상당 부분의 자원이 유휴 상태로 남아있어 기업과 국가적으로 막대한 비용 낭비로 이어진다.
AI 인프라는 막대한 에너지를 소비하며, 비효율적 운영은 '기술 부채'를 누적시켜 장기적으로 AI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
특히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위기나 지정학적 갈등으로 인해 첨단 AI 칩 확보가 어려워질 경우,
제한된 자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느냐가 국가 AI 경쟁력을 좌우하게 된다.
그러나 여전히 정부와 기업들은 '몇 개의 GPU를 도입했는가'
'페타플롭스의 컴퓨팅 파워를 보유했는가' 같은 가시적인 성과를 중요시한다.
이러한 수치는 쉽게 측정되고 발표될 수 있다.
반면, 효율성 개선은 눈에 띄지 않고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한 과제다.
AI 인프라의 효율성을 측정하고 개선하는 것은 다양한 워크로드,
다층적 소프트웨어(SW) 스택, 이기종 하드웨어(HW) 등이 얽혀 있어 단일 지표로 평가하기 어렵다.
많은 의사결정권자들이 '더 많은 컴퓨팅 파워가 더 나은 AI를 만든다'는
단순한 공식에 매몰되어, 효율성의 가치를 간과하고 있다.
이는 '보이지 않는 가치의 역설'과 같다. 효율성은 쉽게 수치화하기 어렵지만,
장기적으로는 엄청난 가치를 창출한다.
AI 인프라의 효율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통합적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온프레미스 인프라와 연계된 클라우드 기반의 공유 인프라를 구축해 여러 기관과 연구팀이 AI 자원을 공유하고,
피크 시간대가 다른 워크로드를 통합해 자원 활용률을 극대화해야 한다.
국가 단위의 AI 컴퓨팅 그리드를 구축해 분산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것도 중요하다.
AI 모델의 구조와 학습 방법을 최적화하고, 양자화, 지식 증류, 모델 압축 등의 기술을 활용해 모델의 효율성을 높이고
데이터 처리 파이프라인을 최적화해 불필요한 연산을 최소화해야 한다.
AI 인프라의 자원 사용량, 성능 지표, 에너지 소비량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워크로드에 따라 자원을 자동으로 할당하고 유휴 자원을 다른 작업에 재할당하는 메커니즘을 구축해야 한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AI 칩과 냉각 시스템을 도입하고, 재생 에너지를 활용한 데이터센터 운영으로 환경 부담을 최소화하며
탄소 발자국을 모니터링하고 줄이기 위한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이러한 방안들은 개별적으로도 효과가 있지만, 통합적으로 적용될 때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
2025년 AI 글로벌 콘퍼런스에서 논의되는 물량 중심의 인프라 확장 담론을 넘어,
우리는 이제 효율성을 통한 지속 가능한 AI 생태계 구축에 주목해야 한다.
더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고, 환경 부담을 최소화하며,
지속 가능한 AI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미래다.
이를 통해 우리는 AI 기술의 진정한 잠재력을 실현하고, 디지털 시대의 국가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AI 인프라의 효율성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존과 번영을 위한 필수 요소다.
지금이 바로 이러한 인식의 전환을 시작할 때다.